오랜만에 책을 읽었다.
글과 문장을 다루는 일을 5년이나 했으면서도 글을 더 보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이었을까,
바쁘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한동안 책을 멀리했다.
그러다 퇴사 후, 동생 집으로 이사를 왔고 그 시절 이 동네에 살던 중학교 친구들을 만났다.
친구들은 그대로였다. 닮고 싶은 멋진 모습 그대로.
한 친구는 오랜만에 만난 우리에게 편지를 건넸다.
예상치도 못한 감동이 밀려옴과 동시에,
'아 그때 나와 친구들이 글 쓰는 걸 참 좋아했었지.' 하는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다.
물론 그 글은 모두 중2병에 걸렸던 시절의 내가 쓴 것이었지만
과제 때문에 쓴 것도, 일 때문에 쓴 것도 아닌 순전히 내 재미만을 위해 쓴 글이었다.
생각해 보면 어릴 땐 일기나 스케줄러 쓰는 것도 즐겼는데, 사회인이 된 나는 일 외에는 글을 전혀 멀리했다.
일종의 도피였나 보다.
어쨌든, 그 후로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.
한동안 멀리했던 글을 가까이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.
재미있는 드라마, 예능, 게임을 두고 빼곡한 활자가 가득한 종이들 들여다보는 건 정말이지 싫었다.
그렇게 몇 권을 뒤적였다.
한 페이지, 두 페이지. 어떤 건 겨우 7%.
읽다 만 책들만 두 세 권이 되어갈 즈음 책을 읽는 대신, 들어보기로 했다.
김선영 작가님의 <어른의 문장력>.
철 없이 살던 지난날들을 뒤로하고, 이제 진짜 어른이 되어보고 싶어서 선택한 책이었다.
잠들기 1시간 전 책을 듣는 내내 너무나도 공감이 되었다.
아무래도 같은 입장에서 살아온 시간이 있어서였을 테지.
나를 위한 글쓰기보다 남을 위한 글쓰기를 오래 하며 살았던 것은
한때는 씁쓸한 일이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언젠가 나에게 좋은 습관으로 남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.
그리고, 내 마음을 가장 울렸던 구절.
말은 한번 내뱉으면 주워 담지 못하지만
글은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하고 퇴고한다
말은 상대가 있고 실시간이라 갑자기 끊기 어렵지만
글을 내가 원하는 시간에 쓰고 발행한다
- 『어른의 문장력』, 김선영 中
급한 성격의 나는 말실수도 참 많이 해왔다.
잠들기 전 매일 생각하는 것이 "이렇게 말하지 말걸" 내지는 "이렇게 말할걸"이었다.
이제 나는 말이 약하다면, 그래. 글이라도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하고 퇴고해 보자.
더 예쁜 말, 더 어른스러운 말, 더 귀한 말을 전해보자.
이런 다짐을 해본다.
아직 책을 절반 정도밖에 듣지 못했다.
하지만 벌써 다음으로 읽게 될 책을 정해두었다.
바로, 강원국 작가님의 <어른답게 말합니다>
글쓰기와 말하기 모두 한층 성숙해지는 내가 되길 바라며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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